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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한 것이다.악양에서 변장을 한 후 동정호를 감

상하며 하루 종일 거리를 헤맸다. 혹시라도 초일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심정에서였다. 그때는

한 번, 단 한 번만이라도 얼굴이 마주치기를 바랄 뿐이었다.잠시 얼굴을 볼 수 있으면 그것

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삼 일의 시간이 지나 초일을 만난 것이다.처음 객잔에서 내

려올 때 두 눈을 의심했었다.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초일이었다. 막상 마주치

자 잠시 당황했다. 그렇게 많은 말을 생각했어도 입이 열리지 않았다.뛰어가 매달리고 싶

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초일이 고개를 돌리자 눈물이 나올 뻔했다. 자신은 이렇게 그리

워하는데 무심한 그가 자신을 못 알아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천여랑은 삿갓을 쓰고 있

다는 생각이 들자 용기를 내었다. 잠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자신을 기억할지도

생각해 보았다. 크게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오랜만이라고…….천여랑은 서먹한 분위기가

풀리자 품속을 뒤졌다.”나…, 나 있지…….”초일은 천여랑이 품속을 뒤지자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한 얼굴로 그 행동을 쳐다보았다.”이거…….”순간 천여랑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자 초일의 동공은 더없이 커졌다. 언젠가 천여랑의 다친 다리를 감싼 자신의 소매

였다. 피가 묻어 있고 때에 변색된 지저분한 초일의 소매였던 것이다.”계속 가지고 있었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속삭이는 천여랑의 모습에 초일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

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초일의 손길에 천여랑

의 손은 약간 떨리는 듯했으나 가만히 있었다. 천여랑의 얼굴은 더없이 붉게 변했다.

초일은 그녀의 따뜻한 손의 느낌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이렇게 좋다는 기분도 처음으로 들었다.천여랑 역시 지금 이렇게 초

일의 체온을 느낀다는 것에서 끊임없이 심장이 뛰었다. 조금 자신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

다. 이제는 투정을 부리기보다 그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처음에는 그냥 잠시

이렇게 얼굴이라도 보았으면 했지만 손길을 통해 초일의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되자 이제

는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여자답게 굴어야 해……!!’천여랑은 그렇게 생각하

며 초일의 손을 더욱 세차게 잡고 초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