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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두 그림자가 곧장 두 사람의 싸움판으로 날아들었다.소세옥은 그것이 누구

라는 것을 대뜸 알아차렸다.그들은 바로 벙어리 노릇을 다년간 해온 유모와 자기에게

충성을 다해서 소원(邵園)을 지켜 준 노인이었다. 그들 노인과 유모는 꼭같이 왕년에

정기봉의 칼끝에 죽을 목숨이 용하게 붙어 나서 이 자리에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노인

이 침통한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이놈, 정기봉아! 누가 여기 와 있는지 네놈의 눈에

보이느냐?”정기봉은 닥쳐 들어오는 소세옥의 칼끝을 잠시 교묘하게 피하고 고개를

돌이켜 힐끗 쳐다봤다.그의 두 눈이 어질어질해진 탓일까?그렇지 않으면 추운검객의

억울하게 죽은 혼백이 아직도 살아 있어서 돌연 나타난 탓일까?정기봉의 두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두 남녀 귀신 같았다.

바로 추운검객 부부의 얼굴과도 같아 보였다.정기봉은 가습속이 후들후들 떨려서

자신도 모르게 선뜻 뒤로 물러섰다.정기봉이 실신한 사람같이 비칠비칠 뒤로 물러

서는 찰나였다.”왕!왕!””끽!끽!”신견과 원숭이의 사나운 울부짖음 소리와 함께, 정기

봉의 두 넓적다리는 두 짐승들에게 보기 좋게 물어 뜯겨 뼈저린 아픔이 오장 육부를

갈가리 찢어 놓는 것 같았다.소세옥의 한 자루 장검은 전광 석화와 같이 정기봉의 가

슴을 정통으로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우후후‥‥‥ 우화화화!”정기봉은 미친 사람같이

울부짖고, 그의 가슴에서는 시뻘건 핏줄기가 다섯 자 높이나 허공으로 뻗쳐 났다.

땅바닥에 철썩 거꾸러지고 말았다.마침내 일대의 거창한 마귀 두목, 죄악과 위선의

뭉치 정기봉은 소세옥의 칼끝에 눈을 감고 만 것이었다.싸움판에 모여 있던 사람 가

데서는, 정기봉의 처참한 비명 소리를 듣는 순간, 혼비백산해서 도주해 버린 사람들이

많았다. 도주하지 못한 사람들도 이미 투지를 상실했거나 십여 합을 더 싸우는 동안

에 모조리 시체가 되어서 계곡 어귀를 피로써 물들이고 말았다.이때, 계곡 어귀 오른

편에 서 있는 큼직하고 굵은 한 그루 소나무 밑에서 어떤 아가씨 하나가,”아아앗!”

자지러지게 고함을 지르고 땅바닥에 졸도하고 말았다.옆에 서 있던 늙은 부인이 하늘

을 우러러 장탄식을 금치 못하다가, 두 팔로 졸도한 아가씨를 부둥켜 안고 저편으로

묵묵히 걸어갔다.이 여자들은 누구였을까?바로 성수신검 정기봉의 귀중한 외딸 자운 아

가씨와 그의 아내 수라수 담경영 여사였다.<제8권 끝.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