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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거지?””아? 뭐? 아무 것도‥‥‥‥”이렇게 어물쩍해 넘겼다.그는 방금 자기 귓
전을 무슨 화상(和尙)이라는 두 자가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그러나 자기 스승 서
기와 유사고 아가씨의 스승 동도가 무슨 말들을 주고받고 있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사고 아가씨가 자기에게 이 삼보고찰의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 줄만 알
았다. 입에서 나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어‥‥‥ 어! 그래, 그래! 맞았어! 이
삼보고찰의 주인 화상은 바로 소림파의 영도자인 명원상인이야.”연비가 얼토당토
않은 대답을 하는지라, 유사고 아가씨는 피시시 소리 없이 웃었다. 긴 한숨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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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나서 연비에게 말했다.”이봐요! 연비! 얼이 다 빠지셨군? 혼백이 몽땅 맞은
편으로 날아가 있는 모양이지.”연비는 그제서야 깜짝 놀라 자기 자신으로 돌아
왔다.”아니? 내가 뭐 말을 잘못했나?”유사고 아가씨가 빈정댔다.”숫제, 심인화상
(心印和尙)이 이 삼보고찰의 주인이라고 대답하지 그래?””심인화상이라니 그건
무슨 소리지?””이봐요!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상대방 가슴속에 도장처럼 찍혀있
으니 심인화상이란 게 좋지 뭐야? 저것 좀 봐. 저편 아가씨도 연비만 눈이 빠지
게 바라다보고 있잖아?”연비는 그제서야 자신이 너무 건너편에 서 있는 사마림
아가씨에게만 정신을 쏟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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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뻘개졌다.장탄식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아가씨! 나를 놀리지 말란 말야. 저
가씨는 적어도 천산파의 후계자가 될 아가씨인데, 이 연비 같은 대수롭지 않은 존
재가 어떻게‥‥?”유사고도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런 줄 알았으면 그뿐이지!”
이렇게 말하고 난 유사고 아가씨는 남몰래 눈시울이 뜨끈해지면서, 가슴속에 복
받쳐 오르는 슬픔을 금치 못했다.그것은 연비가 올라가지도못할 나무를 쳐다보기
만 하고 있는 격으로, 사마림 아가씨를 못 잊어 한다는 사실 때문은 아니었다. 연
비의 한 마디 말이 유사고 아가씨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게 하였고, 슬픈 심정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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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었다.유사고 아가씨는 소세옥이라는 청년을 생각한 것
다. 그 늠름하고 준수하게 생긴 대장부다운 풍채에 첫눈에 반해 버린 소세옥이라는
청년.그러나‥‥‥그러나 무예계에서는 이렇게 문호(門戶)와 방파(幇派) 관념이 모든 것
말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움트기 시작하던 유사고 아가씨의 사랑의
싹은 무참하게도 땅 위로 고개를 내밀려는 순간에 짓밟혀 버리고 만 셈이었다. 아가
씨도 연비와 똑같이, 이런 문호니 방파니 하는 무예계의 관념적인 간판 때문에 청춘
의 훨훨 타오르는 애정의 싹이 자라나 보지도 못하고 실의에 빠지고 말았으니, 연비
와 유사고 아가씨는 동병 상련해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