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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봉랑자는 유심히 노려봤다.여러모로 뜯어 봐도 그는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그제서야

눈매가 샐쭉해지며 새카만 눈동자를 살짝 굴리며 피시시 소리 없이 웃었다.”그것이 사실이라

면, 내 사흘 동안의 여유를 줄 테니까, 그 안에 꼭 알아내야 돼. 그래서 내게 알려 줘야 돼. 그

렇지 않다면 우리 사이는 이걸로써 백지로 돌리는 수밖에‥‥‥‥”백면무상은 또다시 사방을 두

리번두리번했다. 누가 엿듣고라도 있지 않나 해서 몹시 겁이 나는 모양이었다.나지막한 음성

으로 속삭이듯 애원했다.”봉랑자! 큰 소리를 내지 말아요. 일견사 허비가 알게 되어서 나에게

추궁하더라도 적당히 어물쩍해서 넘길 테니까‥‥‥ 봉랑자만 아무 소리 말고 있어 달란 말이야.”

봉랑자는 그제서야 잔뜩 토라졌던 얼굴빛이 다소 누그러지며 생글생글 웃었다.”그럼, 똑똑

히 기억해 둬. 사흘‥‥‥ 사흘 동안에 말이야.”백면무상은 또 겁이 나는 모양이었다.”봉랑자!

그런데 젊은 연놈들을 누가 구출해 가지고 도주했으니‥‥ 일견사 허비 앞에서 뭐라고 변명

을 한다지?””방금 어물쩍해 넘길 수 있다잖았어?””그런데 ‥‥‥ 그게 ‥‥‥ 아무리 생각해도

어렵겠는걸.”봉랑자는 한참 동안 뭣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 대답했다.”정 그렇다면 좋

은 수가 있지. 그대는 부상을 입은 척하고 침상 위에서 누구에게 혈도를 찔린 척하고‥‥‥

그래서 꼼짝달싹도 못하는 척하고 ‥‥ 내가 여기 나타났었단 말도 입 밖에 내지 말란 말이

야. 그러면 내일 새벽에 내가 먼저 돌아와서 일견사 허비를 이끌고 이곳으로 그대를 찾아

서 올 테니까‥‥‥‥”백면무상은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마구 흔들었다.

“그건 안 돼! 일견사 허비는 성질이 꽤 까다로운 사람이어서, 자신을 원수로 여기는 아가

씨가 나의 신변에서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무래도 격분해서 도저히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아. 그 단혼지라는 지독한 수법을 나는 절대로 견딜 자신이 없으니까‥‥‥‥”

봉랑자는 상대방을 몹시 경멸한다는 표정을 하고 피시시 웃었다.”이 바보야! 내게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단 말이야. 일견사 허비가 그대를 대하더라도 내가 책임지고 격분하

지 않도록 만들어 놓으면 될 게 아냐?”백면무상은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성급히

반문했다.”그게 또 무슨 방법인데?”봉랑자는 자신만만하다는 듯 태연히 대답했다.”거기

까지 알 필요는 없어. 어쨌든 무슨 방법으로든지 그대가 무사할 수 있도록 꾸며 놓으면

될 게 아냐?””그렇다면 모르거니와‥‥‥‥”백면무상은 여러모로 불안하고 초조하고 석연치 않

은 점이 많았지만 이렇게 대답해 두는 수밖에 없었다. 또 한 가지가 걱정스러웠다.”그러면

손이랑은 어떻게 한다지?”봉랑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띠고 천연

스럽게 대답했다.”그야 더 간단한 노릇이지. 내가 손이랑을 이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