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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를 없애 버리고 난 뒤에는 꼭 누님을 따라가겠소!”매약화 아가씨의 얼굴에는 한없

이 희열의 빛이 스쳐 나갔다.마지막 넘어가는 저녁 태양의 불그스레한 빛이 아가씨

의 창백한 얼굴을 비춰 주었다.아가씨는 당장에 몇 살이나 젊어지는 것만 같았다. 하

늘 저편 멀리멀리 피어 오르는 하얀 구름을 시름없이 바라다보며 꿈속에서 중얼대

는 사람 같은 말투였다.”그때에는 말이야‥‥‥ 우리 둘이서는 낮에는 푸른 소나무 잎을

만지작거리며 졸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뭉게뭉게 떠도는 구름을 바라다보

고, 떨어지는 꽃잎을 손바닥으로 세어 보며‥‥‥ 정말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거야! 밤에

는 달빛 아래서 나는 거문고를 뜯고 아우님은 칼춤을 멋들어지게 추고‥‥‥ 응, 어때? 이

봐! 나는 또 음식도 제법 잘 만들 줄 알거든. 우리는 산짐승도 잡고 나물도 캐고,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나는 또 아우님을 위해서 백화주(百花酒)를 담가서 마시

게 해줄 수 있고‥‥‥ 우리 둘이서 밝은 달을 바라다보며 술잔을 마주 들고‥‥‥ 얼마나 멋

들어진 생활이냔 말야!”아가씨는 완전히 그림같이 아름다운 환상 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 참기 어려운 육체적 고통도 잊어버렸고, 눈앞에 뭣이 닥쳐올 것이며, 자기가 지금 어디

와 있다는 사실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소세옥은 아가씨의 잠꼬대 같은 소리에 귀

를 기울이며, 한편으로는 사방의 동정을 날카롭게 주목하고 있었다. 아가씨의 꿈같이 아

름다운 환상을 짓밟아 주기는 싫었다. 단지 이상하다는 생각뿐이었다.’경혼검‥‥‥ 매약화

라는 아가씨! 그렇게 오만불손하고 매정하기 비길 데 없는 성격의 소유자가, 어떻게 해

서 이렇게 반나절 동안에 완전히 딴사람으로 변해 버렸다는 걸까?’그러나 소세옥으로서

는 생각지 못하는 점이 있었다.매약화 아가씨의 이런 괴퍅한 성격은 어디까지나 다년간

자신의 본능적인 감정을 억제해 온 결과였다는 점을, 이제 와서야 아가씨의 그 쓸쓸하고

허전하고 외롭기만 하던 마음과 몸이 소세옥이라는 청년의 힘으로 열어 젖혀진 것이었

다.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의 제방(堤防)이 소세옥 때문에 여지없이 허물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애정의 거센 물줄기가 터진 봇물이 되어서 범람하기 시작했다. 어찌 사람이 변하

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랴! 어찌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에 도취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

랴!매약화 아가씨가 뭣인지 계속해서 말하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이 순간에, 어떤 여자의

호되고 날카로운 호통 소리가 아가씨의 아름다운 환상을 무참히도 깨뜨려 버렸다.”왜 이

렇게 시시하게 노는 거야?”매약화 아가씨는 대경 실색하며 소리가 들려 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