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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말랐구나! 누가 너의 고운 얼굴을 이렇게 초췌하게 만든 거냐?”땅이 꺼질 것만 같

은 긴 한숨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원망으로 찬 그 한숨 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이 으

스러질 것만 같이 애처로운 것이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속삭임, 그리고 나뭇가지

를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소리까지도 아가씨와 함께 탄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렇게

아가씨가 자신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며 스스로 가련함을 금치 못하고 있는 순간에, 홀연

한 줄기 가벼운 바람이 조용히 불어왔다. 그 바람 속에는 담담하면서 향긋한 냄새가 섞

여 있었다.그러나 매약화 아가씨는 그 향긋한 냄새가 뭣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시

냇가에 피어 있는 야화(野花)들의 향기로운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나부끼어 오는 것이라

고 생각했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가씨는 그 향긋한 냄새를 몇 번인지 입속으로 깊

이 들이마셨다.그 향기로운 냄새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렬해졌고, 웬일인지 차츰차츰 가

슴이 울렁울렁 뛰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었다.아가씨는 깜짝 놀랐다. 고개를 홱 돌리는

순간,”에이! 어떤 고약한 놈이?”앙칼진 음성으로 호통을 치며 몸을 훌쩍 날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경혼검을 뽑아서 손에 잡았다.새파란 무지개가 뻗쳐 났다. 미친 사람처럼 칼

을 마구 휘둘렀다. 한 그루 나무 밑으로 바람을 타고 감돌고 있었던 두 줄기 손가락 굵

기만한 하얀 연기 속에서 그 향기로운 괴상한 냄새가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아가씨는

단번에 한 칼로 그 두 줄기 하얀 연기를 물리쳐 버렸다.굵직한 향(香) 두 자루가 땅바

닥에 뒹굴었다.몇 번인지 몸을 훌쩍훌쩍 날려서, 시냇가 근처에 사람이 숨어 있음직한

곳을 모조리 뒤져 보았다. 다시 나무 밑 처음 자리로 되돌아왔을 때, 아가씨는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두 줄기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하얀 연기는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

는 것이고, 더욱이 그 냄새가 이상야릇하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아가씨가 이

곳에 도착되었을 때에는 아무 괴상한 냄새도 맡아지는 것이 없었다. 그것은 자기가 고

개를 수그리고 시냇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어떤 놈이 굵직한 향에다 불을 붙여서

하얀 연기를뻗쳐 향내를 풍겨낸 것이 틀림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했다.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수상쩍은 일이었다.아가씨는 타다 남은 굵직한 향 한 자루를 손으로 집어 봤다

. 그 굵직한 향에는 아직도 무슨 신향(神香)이라고 써 있는 금빛 글자가 남아 있었다.

그 위의 몇 자는 이미 불에 타 버렸다는 것이 확실했다.홀연, 한 가지 생각이 아가씨

의 머리 속을 번갯불처럼 스쳐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