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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형! 흥분하시면 뭘 하오? 어서 사람이나 내려 놓고 나서 서로 연구해 봅시다! 이것이

과연 어떤 놈의 악랄한 소행인지!”제일명의 백설같이 흰 수염이 후들후들 떨렸다. 탄식

소리로 목이 메는 것 같은 음성이었다.”뭣을 연구해 볼 게 있겠소? 천하제일방 놈들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악독한 짓을 저질렀겠소?”이때, 태청, 상청 두 도장들도 몸을 훌쩍 날

려 나무 밑으로 달려왔다. 두 사람은 대뜸 나무에 매달린 옥청도장의 시체를 풀어 내렸다.

제일명이 즉시 분부했다.”옷자락을 풀어헤치고 자세히 살펴보시오! 무슨 수법으로 치명상

을 입게 되었는지 흔적이라도 찾아봅시다!””예! 그렇게 합시다!”태청도장이 선뜻 대답하고

팔을 뻗쳐서 옥청도장의 가슴패기를 풀어헤치고 전신을 샅샅이 더듬어 봤다. 그러나 티끌

만한 흔적도 찾아낼 수 없었다.다시, 전신의 혈도(穴道)를 모조리 살펴보았다. 그러나 거기

서도 흔적이라곤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이렇게 되고 보면, 옥청도장은 어떻게 해서

생명을 빼앗기고 숨졌다는 것인가? 아무도 그 까닭을 알 도리가 없었다.제일명은 한동안

두 눈을 꽉 감고 침통한 표정으로 뭣인지 골똘히 생각했다.돌연, 상반신을 꾸부리고 두 팔

을 뻗쳤다. 옥청도장의 꽉 다문 입을 딱 벌려 봤다.”아앗!”그는 자지러질 듯 소리를 지르며

주춤하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그제서야 시체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명백히

알 수 있었다. 옥청도장의 입 속은 새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입술을 벌렸을 때 벌써 담담하

면서도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신영궁의 절학이라는 녹형광을 쐬고 죽은 것이 틀림없

는 일이었다.제일명의 흰 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하늘을 우러러보며 슬픈 한숨을 길게

내뿜었다.”아아! 젊은 녀석이 어지간히 악독하고 모질구나! 우리 무당파의 문하생들은

평소에 그 녀석과 털끝 만한 감정도 원한도 없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잔인 무도한 수법

으로 사람을 죽인 걸까?”매소천은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제 형! 너무 격분

하지 마시오! 이 살인 사건에는 반드시 무슨 복잡한 내막이 숨어 있을 것이오!”제일명

의 횐 수염이 연방 부르르 떨렸다. 그는 목청이 터져라고 소리를 질렀다.”그 녀석 이외

에는 이런 절기(絶技)를 몸에 지닌 놈은 없소! 또 녹형광이라는 지독한 살인광선은 비

슷한 것도 없고 가짜도 있을 수 없으니까‥‥‥”상청도장이 별안간 한 팔을 높이 쳐들었

다.쨍 하는 매서운 쇳소리와 함께 등에 메고 있던 장검을 뽑아 들었다. 신변 가까이 있는

굵직한 소나무를 가로 쳐 버렸다.소나무는 보기 좋게 두 동강으로 잘라졌다.상청도장은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질렀다.”두고 보자! 이 원수를 갚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