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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도 채 맺지 못하고, 청년은 두 손으로 땅바닥을 힘껏 짚었다. 복면한 사나이에게

덤벼들고 싶은 모양이었다.그러나 그것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상반신을 돌벽에서

약간 앞으로 움직였을 때, 청년은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도로 벌렁 뒤로 나자빠지는 것

이었다.복면의 사나이가 또 껄껄대고 웃었다.”헛! 헛! 헛! 네놈은 이미 기해혈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진기(眞氣)을 쓰려고 애써 봐도 허사다. 기운을 써서 스스로네

혈도를 풀어 놓을 만한 힘이 지금의 너에게는 없으니까‥‥‥ 설사 네놈이 기운을 써서 혈

도를 풀고 나에게 덤벼들어 봤댔자 신통한 노릇은 없을 것이다!”말을 마치자, 복면의

사나이는 고개를 돌이켜 한편 옆구리에 껴안고 있는 매약화 아가씨를 힐끗 내려다보

며 말했다.”이봐라! 한 번 보란 말이다! 네놈에게 붙여 주려고 데리고 온 처녀가 얼마나

예쁘게 생겼나‥‥‥ 무예계의 허다한 사람들이 십여 년 동안이나 두고 건드려 보려고 무

진 애를 썼지만 털끝 하나 다쳐 보지 못한 숫처녀다! 그런데 네 녀석은 힘 안 들이고 절

세 가인을 네 것으로 만들게 됐는데‥‥‥ 그래, 이놈아! 저절로 굴러 들어온 염복(艶福)을

네놈은 받아들이기 싫단 말이냐?”준수하게 생긴 청년은 눈동자 한 번 까딱하지 않고

연방 호통을 칠 뿐이다.”흥! 네놈은 나를 뭘로 알고 이따위 짓을 하는 거냐? 어디 두고

보자. 이놈!””핫! 핫! 핫! 받아들이건, 물리치건 그것은 네 마음대로 해라! 미모의 여인

의 아름다운 육체가 눈앞에 있는데, 네놈인들 그대로 견디지는 못할 것이다. 하물며

네놈은 이미 나의 천하특제품인 화합신향(和合神香)의 냄새를 쐬었음에랴! 헤헤 ‥‥‥ 헤

헤헤!”미친 사람 같은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복면의 사나이는 매약화 아가씨를 청년의

신변 가까이 내려 놓고 또 이죽이죽 말을 계속했다.”이놈아! 똑똑히 알아둬라! 네놈은

괴로와도 죽게 마련이고, 즐거워도 죽게 마련이다! 어차피 이리된 바에야 내가 만약에

너라면, 이왕지사 죽을 몸이니 통쾌하게 대장부답게 여자의 배 위에서 실컷 재미나 보다

가 죽는 멋들어진 놈이나 되겠다! 그것이 괴롭게 죽는 것보다는 훨씬 보람 있는 일이 아

니냐?”말을 다 하고 복면의 사나이는 번갯불같이 무서운 눈초리로 두 남녀를 훑어봤다.

징글맞은 음성으로 괴상한 웃음을 터뜨렸다.”우후후후‥‥‥ 흥! 나는 철두 철미하게 동정심

을 베푸느라고 이렇게까지 애쓰는 것이다. 너희를 두 연놈들은 수족에 맥이 탁 풀렸으니

옷을 벗으려면 몹시 힘이 들 것이다. 내가 네놈 대신 이 아가씨의 옷을 벗겨 주마. 이놈!

고마운 줄 알아라! 네놈에게 절세 미모의 처녀를 데려다 주고, 또 이렇게 용의 주도하게

편리를 도모해 주니 말이다. 네놈이 죽는다 할지라도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네놈의

신세를 부러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