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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방의 취우사자가 아미수로 노인의 목숨을 빼앗아 간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이 정기봉의 딸아이까지 천하제일방의 일견사 허비란 자의 단혼지 수법에 몸을

다쳤소!”정기봉의 입에서 이런 말이 한 번 나오자, 그 자리에 모여 있는 사대 문파의 모든

사람들은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미수로 노인으로 말하자면, 무술에 대한 조예가 여러 문파의 어느 고수급 인물보다도 월등

출중한 존재였다. 며칠 전에 이 노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문이 무예계에 떠돌기는 했지만

, 여러 사람들은 그런 소문을 사실이라고 믿지 않았었다. 이제 성수신검 정기봉의 입에서

직접 그런 말을 듣고서야, 그것이 거짓말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봉명장의 가장

유명한 두 노인 중에서 오늘 밤에 단지 한 사람 불로신선 여허 노인만이 정기봉을 수행해

왔다는 사실도 까닭이 있었다는 점을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그러나 매소천과 제일명

의 얼굴에는 반신반의한다는 듯한 어리둥절한 표정이 감돌고 있었다.왜냐하면, 성수신검

정기봉의 딸로 말하면 세심신니의 문하생인 여자다. 이런 아가씨까지 천하제일방의 일견

사 허비의 손에 몸을 다쳤다고 하니, 자기네들이 남에 대해서 공연한 의심을 품고 있었

다는 점이 뉘우쳐졌기 때문이었다.정기봉은 매소천을 한 번 힐끗 흘겨 보고 웃는 낯으로

말했다.”이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매 선생의 이 정기봉에 대한 의심은 석연히 풀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오!”매소천은 정기봉이 이렇게까지 단도 직입으로 말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의 얼굴빛은 심히 어색하고 쑥스러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명원방장이 또 합장

하고 점잖게 말했다.”나무 아미타불! 봉명장의 정 장주! 그 점에 대해서는 너무 개의치 않

으시는 것이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에헤헤헤! 에헤헤헤!”그리고 누런빛이 번쩍했다. 누군지 여러 사람을 헤치고 불쑥 나와

서 대전 한복판에 우뚝 섰다.여러 사람의 시선은 일시에 그에게로 쏠렸다.등에 누른빛 가사

를 걸친 화상이 오만 불손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매소천을 노려보며 기탄없이 냉소를 터

뜨렸다.”이분이 바로 세상 사람들이 팔음옥소라고 일컫는다는 화산파의 영도자 매소천 선

생이신가?”화산파의 영도자 매소천을 모르는 사람은 무예계에 없다. 그것을 모르는 척하

고 묻는다는 것은 의식적인 오만이요, 상대방에 대한 멸시라고 아니할 수 없는 일이다.

매소천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어리둥절했다. 대뜸 반문했다.”대사는 누구시오?”정기봉

웃는 낯으로 대신 대답했다.”소생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오! 곤륜(崑崙)에서 온 친구요

여러 사람의 틈을 헤치고 나온 사람은 바로 곤륜황승이었다.그는 방금 매소천이 정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