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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님의 그 누이 동생이 찾아온 모양이야! 우리들은 이렇게 벌거숭이가 되어 가지고

그 아가씨에게 발각이 되면 어쩐다지?”소세옥이 기쁨을 금치 못하는 것은, 강주 아가씨

가 찾아왔으니 두 사람이 이 위험한 지경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

이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점은 매약화 아가씨와 꼭같은 생각에서였다. 실오라기 하나

도 걸친 게 없는 알몸뚱어리로는 물론 강주 아가씨와 계집종 비운을 대면할 수 없는 일이

다. 거기다 또 신변에 매약화라는 아가씨가 있고 보니, 만약에 강주아가씨에게 발각이

된다면, 그것은 얼마나 쑥스럽고 어색한 꼬락서니가 될 것인가?왜냐하면, 소세옥과 강주

아가씨는 비록 정식으로 약혼을 한 사이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이 마음속으로

결합된 지 오래서 엄연히 장래에 부부가 되리라는 사실을 서로 부인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그리고 그의 은사 신영시자 역시 이렇게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세옥이 이번에 신영궁을 떠나게 되었을 때 강주 아가씨가 기를 쓰고 동행하겠다고 나

선 데에 대해서도, 그저 말 없이 빙그레 웃는 낯으로 묵인해 버린 것이었다.벌거숭이 두 남

녀들이 어찌해야 좋을지 아무런 방법도 생각해 내지 못하고 있을 때, 강주 아가씨의 계집종

비운의 말소리가 또 들려왔다.”아가씨! 우리 역시 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씨(萬氏) 아가씨가 우리들을 놀리느라고 일부러 이 동굴 속에 숨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만씨 아가씨!’소세옥은 어찌나 놀랐든지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내심 생각했다.’큰일났구나! 만약에 이 아가씨마저 이곳에 나타난다면 사태는 점점 더 수습

하기 어렵게 되지 않나? 강주 아가씨 하나라면 어쩔 수 없을 경우에는 억지로라도 자초 지

종 이야기를 하고 설득시킬 수 있겠지만‥‥’강주 아가씨는 인정이 많고 말이 통할 수 있는 아

가씨였고, 천진하고 때묻은 데가 없어서 성격이 지극히 명랑하고 통쾌했고, 오 년 동안을

한곳에서 자라난 까닭에 피차간에 각자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

문이다.그러나 만씨 아가씨로 말하자면 경우나 입장이 전혀 달랐다.소세옥이 그 아가씨를 알

게 된 지는 불과 이틀 전.그런데도 만빙여(萬　如) 아가씨의 할아버지인 현도 노인은 소세옥

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아가씨를 장래의 배우자로 혼자서 결정해버리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무슨 청련화상이니 뭐니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붉은

실로 얽혀지면 끊어질 수 없다는 연극을 꾸며 소세옥으로 하여금 안 됩니다! 하는 거절의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았었다.또 만빙여 아가씨로 말하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