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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객은 몸을 약간 꿈틀하고 흔들었다.얼굴에 뒤집어쓴 얄따란 헝겊 속에서 두 줄기 사람을 잡

아 삼킬듯이 매섭고 싸늘한 눈빛이 번쩍번쩍 발사되어 나왔다. 여전히 빈정거리는 말투였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면, 어서 서슴지 말고 말해 봐라!””그대는 바로‥‥‥”강주 아가씨는 정말

서슴지 않고 입을 열었다.그러나 미처 말을 하기 전에, 등덜미에 서 있던 계집종 비운이 아가씨

의 소맷자락을 넌지시 잡아당기며 말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뜻을 표시했다.강주 아가씨는 그런

것이 아랑곳이 아니라는 듯, 두 눈을 딱 부릅떠서 계집종 비운을 흘겨 주고 선뜻 말했다.”그대

가 바로 천하제일방 방주 무영객이지? 내 관찰이 틀림없지?”무영객은 어떤 허(虛)를 찔린 사람

같이, 마음에도 없는 것을 어물쩍해 치우려는 듯 하늘을 우러러 일부러 큰 목소리로 징글맞게

웃어젖혔다. 그러나 그 웃음소리는 지극히 경망하게 들렸고 여전히 상대방을 완전히 무시하는

웃음소리 같이 들렸다.”하하하! 핫! 핫! 어지간히 앙큼스럽고 또 제법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계

집애로구나!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알았으면 그뿐이지, 무슨 잔소리를 할 게 있단 말이냐?”

유사고 아가씨는 강주 아가씨와 계집종 비운이 나타난 것을 보자, 처음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

통을 이를 악물고 참고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에 와서는 도저히 그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전신을 수선스럽게 비비 틀며 발버둥질을 했고, 구슬픈 신음을 연발했다.”아야야! 아야

야‥‥‥ 으흐흐흐응!”강주 아가씨는 유사고 아가씨의 동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두 눈을

꽉 감고 벽에 상반신을 간신히 의지하고 앉아 있는 서기 주총의 가엾은 모습도 자세히 살펴

봤다.아가씨는 대경 실색하면서 고함을 질렀다.”저 아가씨는‥‥‥ 그리고 저분은 서기인지 누군

지 하는 아가씨의 스승이 아냐? 그대는 어째서 저 스승과 제자를 이렇게 잔인 무도하고 처참

한 꼬락서니로 만들어 놓았다는 거지?”무영객은 시종 여일 강주 아가씨쯤은 상대가 안 된다는

듯, 냉소를 연발하면서 대꾸했다.”나에게 관한 일은 너 같은 철부지 계집애가 관여할 바 아니

다. 모른 척해 두는 것이 제일 좋을 거다. 너의 부친의 체면을 생각하고 너그럽게 봐 주는 것

이니, 쓸데없는 잔소리는 그만두고 어서 이 자리를 뜨는 것이 네 몸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강주 아가씨는 대담 무쌍하게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천연스럽고 앙큼스럽게 대꾸했다.”그

를 찾아내자는 목적으로 여기까지 온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가라고 한대서 선뜻 돌아갈

줄 알아?”무영객은 다소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양이었다.별안간 언성이 높아지면서 얄

따란 헝겊의 복면 속에서 두 눈동자가 유난히 번쩍거렸다.”이 천둥 벌거숭이같이 뭐가 뭔

지도 모르고 날뛰는 제집애야! 그래, 네년이 감히 내 성미를 돋구고 약을 올려서 나하고

겨루어 보겠다는 앙큼스런 수작이냐?”강주 아가씨는 쌀쌀스러울 정도로 정색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