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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히 달랐다. 그들은 이미 오늘 밤의 큰 일이 승산이 없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천하제일방의 오늘 밤에 있어서의 결정적인 실패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었다.홍백 아가씨는 너무

나 벅찬 놀라움이었지만 억지로라도 마음을 진정시키는 도리밖에 없었다.이십 년 동안이나 얼마나

다시 한 번 보기를 소원했던 신영궁의 기폭이었던가! 그러면서도 아가씨는 신영궁으로 되돌아갈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정말 아가씨로서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신영궁의 사령기(使令旗

)가 오늘 밤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것은 너무나 돌발적인 사실이었고, 만약에 기폭과 함께 신영시

자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홍백 아가씨는 무슨 면목으로 그를 대할 수 있을 것인가?홍백 아가씨

는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원만히 수습하려고 애써왔다.그러나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만 간직

두고 실현을 시켜 볼 겨를도 없이 아가씨는 천하제일방에 가담했다는 한 가지 오점을 깨끗이

씻어 버릴 수 없는 몸이 돼 버리고 말았다.그런데 신영시자가 나타난다? 그것은 홍백 아가씨에

게 가장 중대한 타격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설사, 어제 와서 아가씨가 신영시자의 편이 되어

서 무슨 도움이 되는 일을 해준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마음에도 없는 짓을 억

지로 했다는 조롱거리밖에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것을 홍백아가씨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

다. 이렇게 되고 보면, 아가씨의 한 가닥 희망은 영원히 깨어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언젠가는

신영궁으로 되돌아 가리라던 아가씨의 아름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한줄기 꿈은 영원히

실현할 수 없는 몽상으로 끝나 버리고 만 것이다.이때, 마차의 휘장이 드디어 걷혔다.그런데

마차 속에서 나오는 사람은 신영시자가 아니었고 뜻밖에도 세 젊은 여자들이었다. 맨 앞장에

서서 내리는 여자는 광장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잘 알 수 있으며, 또 반드시 나타나리라

고 추측했던 화산파의 경혼검 매약화 아가씨였다.매약화 아가씨의 바로 뒤로는, 비단 치맛자

락을 땅에 질질 끌며 가냘픈 몸집과 허리채를 한들한들 흔들며 조용히 걸어 나오는 미모의

아가씨.맨 뒤를 따라 나오는 여자는 새파란 옷을 입은 계집종.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이 계

집종이 품 속에 개 한 마리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신이 황금빛 누런 털에 보통 개보

다도 아주 체구가 작은 개 한 마리, 그러면서도 두 눈에서는 새파란 광채가 매섭게 뻗쳐 나

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싹 소름 끼치게 하는 깜찍하게 생긴 개 한 마리,봉명장 사람들

틈에서 누군지 나지막한 음성으로 혼자 중얼대는 사람이 있었다.”응? 저것 봐. 저건 신영

궁의 신구(神狗)란 놈 아냐?””아앗! 저건?”또 어떤 사람이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깜짝 놀

라며 말했다.”아니? 저건? 언젠가 우리 봉명장 아가씨를 따라서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