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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분이신데요!”매약화 아가씨는 하도 기가 막혀서 긴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내쉬었다.”비운이

왜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 이봐! 나는 방금 백봉 주영이라는 여자가 그의 행방을 대라

고 시끄럽게 추궁했기 때문에 싸움까지 시작된 것인데‥‥‥‥”강주 아가씨는 약간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그래? 그 여자가 왜 그이를 찾아다닐까?”매약화 아가씨는 솔직히 대답했다.”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주영이란 여자는 왕년에 산해관 외곽 지대에서 소혼여괴라는 별명

으로 날리던 존재였으니까‥‥‥ 행실이 개차반이거든. 그이를 찾아다니는 것도 결코 올바른

짓을 하려는 게 아닐 거야!”비운이 피시식 웃으며 짓궂게 물었다.”그이란 누구를 말씀하시

는 거죠?”매약화 아가씨의 새빨갛던 얼굴이 다소 가라앉으려고 하는 찰나, 이번에는 목까

지 새빨개졌다.눈을 매섭게 떠서 비운을 노려보고 뺨을 호되게 후려갈기려고 손바닥을 번

쩍 쳐들었다.눈치 빠른 비운은,”피! 안 될 걸요!”하면서 날쌔게도 강주 아가씨의 등덜미로

몸을 감추고 고개만 갸우뚱하게 내밀어 두 볼을 또 씰룩씰룩, 끝까지 남의 약을 올리는 것

이었다.”마님!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가 공연히 주둥이를 나불거려서‥‥‥ 이 다음부터

는 절대로 까불지 않을 게요!”강주는 속이 활짝 트인 아가씨였다. 그리고 마음씨가 곱고 누

구에게나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온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매약화 아가씨와 소세옥 사이에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털끝만치도 언짢은 기색을 보이지 않고, 도리어 고개를 돌이켜 비운

에게 꾸지람을 했다.”비운아! 너 이렇게 자꾸꾸 버르장머리없이 까불기냐?”말을 그치자, 다

시 이편으로 고개를 돌이키고 매약화 아가씨에게 웃는 낯으로 말했다.”매약화 언니! 밤에는

그이를 만나실 수 있을 거야!”매약화 아가씨는 너무나 큰 놀라움과 기쁨에 얼굴빛이

.”뭐라구? 밤에? 그이가 살아났나?”강주 아가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그럼!”

“누가 그이의 목숨을 사지에서 건져 주었다지?””바로 현도노인!”매약화 아가씨는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자기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으나, 강주 아가씨의 말을 듣고, 사

흘 동안을 두고 가슴 한복판을 누르고 있던 무겁고 시커먼 구름장이 활짝 걷히는 것만 같

았다. 오래간만에 진심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입가에 띠고 다음 말을 또 물었다.”그런데

그 현도노인이란 바로 만씨댁 아가씨의 할아버지 되시는 분이라지?””그래요! 언니는

어떻게 그 아가씨를 안다지?””바로‥‥‥ 그날‥‥‥”그 끔찍끔찍하던 날 일을 생각만 하면 매

약화 아가씨는 당장에 얼굴이 새빨개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간신히 다음 말을 계속했다.

“그 아가씨가 그이를 찾아다니며 떠드는 소리를 나도 들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