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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육화상은 술이 거나하게 취한 게슴츠레한 눈을 힐끗 겨서 아가씨를 쏘아 보다가 찍하고

두 발이 미끄러져 나가더니 일 장쯤 저편으로 몸을 날쌔게 빼고 두 손을 미친 사람같이

구 흔들었다.”이봐! 우리 조카 아가씨! 이 화상 아저씨가 술이나 몇 해 더 마시고 살게 내

버려 둬 줘. 내 대갈통이 두 쪽 나는 것은 상관 없지만,이 화상 아저씨가 입이 없어져서

술을 못 마시게 되면 그게 제일 큰일이란 말야! 그리고 이번 사건은 이 화상 아저씨 혼자

서만 잘못한 노릇이 아니니까.”소세옥은 두 사람의 주고받는 말을 엿들으면서, 이 만빙

여란 아가씨가 천하에 드물게 보는 버르장머리 없고 고집불통이고 건방진 여자라고 생

각하면서, 아가씨가 이렇게까지 억지를 쓰고 있는데도, 그 앞에서 쩔쩔매는 주육화상을

생각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혼자 마음속을 중얼댔다.’실로 가관

이다! 하나는 생떼를 쓰고, 하나는 목숨보다도 술이 더 소중하다 하고, 이건 정말 천하에

드문 일인걸!’홀연 이때, 싸늘하고 매서운 바람이 숲속의 나뭇가지를 흔들며 새파란 광채

가 번쩍 하고 스쳐 나갔다. 만빙여 아가씨가 몸을 움직이는 기색은 전혀 없었는데, 어느

틈에 어떻게 했는지 아가씨는 비호같이 날쌔게 주육화상의 신변으로 덤벼들었다.단숨에

화상의 왼편 소맷자락을 덥석 움켜잡고 칼끝같이 뾰족한 음성으로 발칵 소리를 질렀다.

“안 된다니까요! 어물어물하고 도망치시려구! 엊그제 무슨 붉은 실을 타고 하늘을 날으

니 어찌느니 하는 섣부른 재간을 부려서 남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어 놓은 사람은 누구지

요?”주육화상은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아가씨에게 붙잡히고 말았다.아마, 이 만빙여 아

가씨가 평소에도 무슨 일이든 한 번 입 밖에 내놓으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미임을 화상

도 잘 아는 모양이었다. 화상은 거나했던 취기도 단번에 오싹하고 깨버리는 것 같았다.

숫제 애걸을 하는 말투였다.”글쎄, 이봐! 우리 착한 조카 아가씨! 억지는 쓰지 말구! 이렇

게 하기로 하면 어때? 이 화상 아저씨에게 하루만 여유를 주면‥‥‥ 그때 가서도 그 젊은

녀석을 잡아 오지 못하면, 내 손으로 내 대갈통을 두 쪽 내서 조카 앞에 바치기루‥‥‥‥”만

빙여 아가씨는 한편 발을 슬쩍 뒤로 뽑는 척했다. 그 순간, 검광(劍光)이 번쩍 하더니 서

슬이 시퍼런 짤막한 칼 한 자루가 비호같이 빠르게 주육화상의 머리 위에 와서 얹혔다.

아가씨의 호통 소리가 또 들려 왔다.”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요! 내 성미는 아저

씨도 모르실 리 없겠구, 한 번 말이 났으면 끝장을 봐야 해요! 당장에 여기 나타나신다 해

도 화상 아저씨의 대갈통을 내려 찍고 말 테니까‥‥‥‥”‘찰거머리 같이 덤벼드는